베트남 생활 문화

베트남의 중추절-추석

Samto 2020. 9. 19. 11:16

추석이 다가온다.

이맘 쯤되면 베트남에 대해 물어보는 것 중의 하나가 베트남에도 추석이 있느냐이다.

베트남에도 추석이 있다. 아니 중추절이 있다.

추석 혹은 한가위는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 고유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배트남은 전통적으로 한자 문화권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동북 아시아와 동일한 문화적 전통이 있는 나라이다.

한자 문화권이라는 말은 단지 한자만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자 문화권의 전통과 관습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에 베트남도 한국의 24절기와 같은 날의 절기가 있다. 단지 계절과 기후의 영향으로 의미가 없는 절기는 없어져서 24절기가 아닐 뿐이다. 춘분, 우수, 곡우 등 농사 혹은 비와 관련되고, 베트남의 기후에 맞는 절기는 남아있고, 그렇지 않은 절기, 예를 들면 초복, 중복 말복, 소한, 대한 등은 사라졌다.

또한 절기는 아니지만, 한국, 중국의 전통에서 나온 칠월칠석같은 날도 베트남에서도 동일하게 있다.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 가장 큰 명절은 당연히 설이다. 물론 베트남도 음력 1월 1일로 우리 나라, 중국과 같은 날이다.

평균 5일에서 10일가량 쉰다. 

이에 반해 중추절은 명절이지만, 휴일은 아니다. 전통적인 농업국가였지만, 한 해에 농사를 2번, 3번 지을 수 있는 기후이기에 1년 수확과 감사를 드린다는 의미가 퇴색되었가 때문에 특별한 큰 명절이 아닌 것이다.

 

음력 8월 15일을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중추절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仲秋節이고, 이 한자에 대한 베트남어 발음은 tết Trung thu이다 (그대로 한자로 쓰면 節仲秋이다. 베트남어는 단어나 어순이 한국과는 반대이다.

 

한국에서도 중국말을 빌려와서 중추절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우리 전통적인 말로는 추석과 한가위이다.

이는 한국, 중국, 베트남에서 같은 음력 8월 15일인 중추절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4계절이 두렷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음력 8월 15일이면 추수가 끝나는 시기가 된다.

이에 반해 중국은 땅이 넓어서 쌀이 수확되지 않는 지역(예, 산동성)도 있고, 상해 이남 지역에서는 이모작도 가능하다. 즉, 지역에 따라서 일년 농사의 수확이라는 의미가 없는 지역도 있다. 한반도와 가장 밀접한 동북 삼성 정도에서만 의미가 있다.

또한 베트남은 전국적으로 북부 지역은 이모작, 남부 지역은 삼모작도 가능한 아열대 기후이다. 물론 북부 지역은 겨울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름이 길고, 겨울은 짧고, 기온도 평균 영상 5도가량 된다. 이런 기후에서는 1년 수확이라는 의미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중추절을 추석 혹은 한가위로 부르면서

1년 수확에 대해 하늘과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미의 날이 되었지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중국은 1년 농사에 대한 하늘과 조상에 대한 감사보다는 1년 중 가장 둥글고, 밝은 8월 보름의 가을 만월을 즐기는 축제일로 지내게 된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할 때 Mid-Autumn 또는 Full moon festival이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Thanksgiving day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중국과는 그 날의 의미가 다른 것이다.

 

베트남은 앞서도 말했지만,. 1년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는 없다. 1년 단위의 수확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먹는 풍습은 남아있다. 감사의 으미보다는 조상을 기리는 날의 의미는 남아있지만,. 본질적인 의미가 없다보니 대안으로 나온 것이 어린이 날이다.

정식 어린이날은 따로 있지만, 중추절은 어린이들을 위한 달맞이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에 중추절을 어린이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 어린이 날은 따로 있다. 단지 중추절의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팔월 보름달과 어린이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서 의미를 둔 것 뿐이다.

 

그러다보니 중추절은 명절이되, 명절이 아닌 애매한 날이 되어버려서 애초에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는 없었다. 선물이라면 음식을 나누어 먹기에 월병을 빚어서 서로 나누어먹었던 것이 전부인데,

경제 개방 이후에 한국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한국식으로 생각하여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고 상여금을 주면서  마치 선물을 주고 상여금을 주어야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단언컨데 안주어도 된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선물이나 상여금을 안주는 회사들도 많이 있다. 그러한 경우에 노조에서 노조 적립금으로 선물을 준비하여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회사들도 있다. 노조 적립금은 어차피 써야 되는 돈이기에 회사에서도 그렇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 자금이 남아 돌아서 세금 내느니 직원들에게 쓴다는 회사는 상관없지만, 자금의 여유가 그다지 없는  중소 한국업체들도 베트남에 상당히 많다. 이럴 때 노조를 이용하면 회사와 노조 모두 이득이 된다.

 

중추절은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큰 의미를 지닌 명절이 아니었기에 공휴일이 된 것은 대략 10여년 전부터이다. 그 전에는 중국도 공휴일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현대 중추절의 새로운 의미는 한국의 영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명절을 한국 기업들이 들어가면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자국 기업의 성장으로 내수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세금의 증대가 필요했던 중국 정부에서는 세금  확대의 목적으로 중추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였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공휴일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당히 적은 베트남의 경우도,

어느 정도 자국 기업이 성장하고, 내수의 활성화로 세금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공휴일을 늘리지 않을 수 없고,

그 때되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중추절 공휴일에 대한 논의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