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생활 문화

베트남어 - 하노이말과 호찌민말 그리고 표준어

Samto 2021. 8. 14. 19:42

베트남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하노이 발음을 배우는게 좋냐, 호찌민 발음을 배우는게 좋냐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답은, 본인이 살 지역의 발음으로 배워라입니다. 베트남에 가지 않고, 취미로 배우면 본인이 듣기 좋고, 끌리는 발음으로 배워라가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하노이 발음이 표준어이니...

베트남은 한국에서 말하는 표준어의 개념이 없습니다. 한국은 서울말을 표준어로 한다고 공식으로 지정을 하였지만, 베트남은 그런 것 없습니다. 물론 사투리의 개념도 없습니다. 단순히 지역의 언어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역의 언어로 서로 인정해주고요... 하노이말이 표준어이다하는 생각은 직극히 한국적인 생각입니다. 하노이말이 표준어가 아닙니다. 아니, 하노이말은 하노이에서 표준어입니다. 사이공말(호찌민말)은 사이공, 즉 호찌민에서 표준어입니다.

각 지역마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고, 또 지방자치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표준어가 하노이말이다하는 건 베트남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하노이시 인민위원장(하노이 시장, 베트남은 성이나 시의 행정을 인민위원회에서 합니다)은 하노이에서는 국가주석이나, 총리에 버금가는 직위입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고요...그리고 중앙 정부에서 정책이 있어도 각 성시나 담당 공무원이 당장 시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런 무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지방자치와 담당자의 권한에 자율성을 주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지금처럼 메콩강 유역까지, 즉 호찌민 인근까지 통일되어 하나의 국가가 된 것은 1700년대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북부와 중부, 남부에 각기 다른 왕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부지역 사람들의 주민증에는 대부분 Kinh(낀족)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남부는 원래 크메르족이 중심이었고, 이에 크메르의 혈통과 많이 섞여있습니다. 마치 중국의 소수민족이 한족에 동화되어 주민증에 한족이라고 적듯이, 베트남 남부지역 토착민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주민증에는 비엣족인 낀족으로 되어있어도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크메르족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화, 역사, 민족적인 배경으로 베트남은 표준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수도인 워싱톤 DC의 영어가 표준어가 아니듯이, 뉴욕이나 LA의 억양이나 발음이 다르지만, 사투리라고 안하듯이, 베트남도 이와 비슷합니다.

구태어 베트남에서 사투리라고 한다면,

하장, 라오까이, 뚜옌꽝 등 하노이 이외의 북부 지역들,

껀터, 까마우, 벤쩨 등 호찌민 이외의 남부 지역들,

꽝남, 꽝빈, 꽝찌, 빙딩 등의 중부 지역들의 발음이나 억양의 차이가 있기에 사투리라면 사투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비교를 하면서

하노이말은 서울말이고,

사이공말은 부산말이고, 혹은 제주도말이고,

그렇기에 하노이말을 배워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만 이는 틀린 비교입니다.

공식 표준어가 없는 나라와 공식 표준어가 있는 나라의 언어 표준성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노이는 서울말과 같은 표준어도 아니고, 사이공말이 부산말과 같은 사투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교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방송을 케이블 방송으로 보기때문에 남부와 북부의 발음이 달라도 방송의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서로 알아듣는 편입니다. 남부에서도 VTV를 볼 수 있고, 북부에서도 HTV를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방송 다시보기 사이트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넷플릭스에 있는 베트남 드라마와 영화들은 대부분 남부 발음입니다. 남부는 북부 발음 알아듣지만, 북부는 남부 발음 알아듣지 못한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평생 북부 발음만 들으면서 산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알아듣습니다. 예컨대 완료형 roi를 로이로 발음해도 북부사람들 알아듣습니다. 물론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나 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또 남부의 높은 톤의 억양과 코맹맹이 발음을 북부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사투리이기에 못알아듣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적인 발성방식과 발음의 차이일 뿐이지, 하노이에서 알아듣지 못한다고 사투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베트남말을 공부할 때 어느 지역 말로 공부할 것인가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베트남에서 살 지역이 어디인지,

그리고 한국에 있으면서 취미로 공부하고 싶다면 더 듣기 좋고, 마음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사이공말을 공부한다고 사투리를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호찌민말을 사이공말이라고 표현한 것은, 호찌민은 통일후 행정단위의 명칭으로 호찌민이고, 그 지역의 전통적인 명칭은 사이공이기에 호찌민말이라고 안하고 사이공말이라고 하였습니다).